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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의 핀볼

kdsg 2024. 2. 14. 08:03


스무 살에서 스물다섯 살 사이. 이미 지났으니 그 시절에 나는 어떠했는지 생각해 본다. 이 소설 속 인물들과는 아주 달랐다. 아마도 그게 차이였을 것이다. 어떤 이는 이만큼의 고뇌와 허무와 방랑을 하고, 또 나같은 이는 아무런 의심 없는 명랑한 날들을 보내고. 그렇게나 달랐음에도 이제 와서 그 시절의 남의방황에젖어 함께 머물고 있는 나는 무엇인지.설렁설렁 잘읽힌다. 하루키의 글을 꽤나 읽어 본 덕분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비슷한 분위기에도 여전히 끌리는 글의 매력에 빠져 든다. 내가 가 본 적 없는 길, 나도 모르고 있었으나마음 깊은 곳에서 가고 싶다고 꿈꾸었던 길에서 나를 부르고 있는 작가의 목소리를 들은 탓일까. 아무려면 어때, 읽는 동안에는 설렌다. 스무 살이 된 듯도 하다.핀볼이라는 게임에 대해 알아보았다.오락실에 가 본 적이 없으니 실제 모델은 기억에 없고, 예전 컴퓨터의 게임 프로그램에 있었다는데 어렴풋하다. 지뢰찾기는 제법 열심히 했었는데. 그런 식의 몰두, 현실에서 벗어나 현실을 잊은 채집중하게 되는 대상 혹은 환상. 한때는 이런 걸 젊음의 낭비라고 여기기도 했던 것 같은데 이제 생각해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위로나 당부 아니었을까. 잠깐은 이래도 된다또는 잠깐 이렇게 잘 놀았으니 현실로 돌아가야지 같은.두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딱히 구별할 의미는 없다고 봤다. 스무 살 무렵에는 인생의 제 짝을 찾고 고르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지. 실패라고할 수도 성공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인연 찾기. 그 선택에 따라 남은 날들이 아주 달라지기도할 것인데 그때의 그 어린 시절에는 그것까지 고려할 여유나 능력이 없기도 하니, 인생 참,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예스24 강남점에서 중고로 구한 책이다. 잘 골라 왔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에 이은 하루키의 두 번째 자전적 소설. 하루키의 고독한 젊은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소설로, 과거가 되어버린 환상의 핀볼 머신을 찾아 여행하는 주인공이 상실의 고통과 허무를 딛고 묵묵히 현실을 견뎌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의 속편으로 쓰여졌고, 다음 작품 양을 둘러싼 모험 으로 이어진다.

1973년 5월, 어떤 역에 플랫폼을 종단하는 개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주인공은 그곳을 찾는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들려주었던 나오코는 이미 죽고 없다. 여인의 죽음이 가져온 상실감 은 나 의 마음을 지배하게 된다. 어느 날 나 는 신주쿠에서 빠져들었던 핀볼 기계 스페이스십이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고 그녀 즉, 스페이스십을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