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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이라는 말을 흔히 쓰면서도 막상 취향 이라는 말을 자세히 생각해보면 또 새로워 보이기도 한다. 디자이너의 흥미로운 물건들 이란 컨셉을 지닌 이 <취향>이란 책에서도 저자는 취향이란 말에 대한 애매함을 언급한다. 인터뷰이를 만났을 때도, 원고를 쓸 때도, 도대체 이 취향이라는 것을 명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아 그러니까 도대체 취향이라는 게 뭐냐고!"우리가 살면서 선택하는 수많은 물건들. 그 선택의 기준은? 그리고 그 선택은 나의 취향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지. 그런 취향이 존재하는지 등의 질문에서 이 책은 출반했다고 한다. 흔히 물건에 대한 취향을 생각해보면 디자이너들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군대에 있을 때 여러가지 남성 잡지를 접하게 되었는데 디자이너들이나 에디터, 사진작가들의 물건들은 종종 등장하는 소재였다. 그들의 물건. 그 당시에는 그들의 물건 자체가 중요한 관심이었다.이 책에서는 디자이너, 건축가, 포토그래퍼를 포함한 11명의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물건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이야기한다. 여러가지 물건들이 등장하는데, 확실히 내가 한살 한살 나이를 먹으면서 이전에는 물건 자체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물건과 그 사람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저자들의 의도도 그러한 것 같다. 책에 여러 인물들과 물건들이 등장하는데, 나의 취향에 따르면 모든 이야기가 끌리지는 않았다. 물론 무척 흥미로운 인물들도 있었는데, 이지원 디자이너 겸 교수와 김용오 포토그래퍼 겸 작가였다.1.아무래도 디자이너들의 물건이라고 하면 선입견이 있게 마련인데, 어떤 스타일일지 미리 짐작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애플 마니아일 것이다, 노트는 몰스킨 같은 것.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이지원 디자이너는 이런 여러 선입견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었다. 얼리어답터는 커녕, 디자이너들이 열광하는 물건이나 스타일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이야기할 의사가 없어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취향을 반영한 물건으로 그가 내놓은 것은 100년 전의 책들 이었다1902년 미국의 유명 백화점 카탈로그를 축소 복사하여 출판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물건은 그가 이베이에서 금속활자를 찾던 중 우연히 발견한 100년 전 출간된 푸른색 커버로 양장 제본책, <THE POET>이라는 제목의 단행본. 그에게 이 책들은 디자인이 시대를 어떻게 반영하고, 일상에서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물건이라고 한다.그의 취향을 반영하는 물건들을 접하면서 감이 잘 안 잡히긴 했는데, 이어지는 그의 생각들을 보면서 새로운 이해를 하게 되었다.-이지원은 이렇듯 누적된 것들, 역사 속에서 가치를 품고 지금까지 유지된 것들에 대해 애정을 가진다.-전통이나 현재, 어느 한 이론이나 사상에 치우치지 않고 자기만의 가치 기준을 찾아내고, 이를 구현하는 데에 더 많은 노력을 쏟을 뿐이다.-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칼아츠 대학원에서 그래픽 디자인 석사 과정을 밟은 그는 대학원 시절 내내 객관적이거나 절대적으로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법을 익혔다. 칼아츠의 그래픽 디자인 커리큘럼은 적극적인 실험정신을 근간으로 자신만의 접근법을 가질 수 잇도록 짜여 있다.-그는 학생들에게 틀린 것은 없다 는 절충주의적 관점을 강조한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 는 태도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며, 고정화된 인식을 전복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디자인에서 스타일 은, 그러니까 휘둘릴 대상이 아니라 활용하며 가지고 놀 효과적인 요소인 것이다.2.김용호 포토그래퍼의 만년필과 빨간 노트. 그에게는 스타일 너머에 어마어마한 사유의 내공이 느껴진다고 한다. 사유의 내공 이라... 사람들은 자신의 정서에 기반한 물건을 사용하는 법이다(118쪽). 그의 만년필과 노트에는 그만의 어떤 정서와 사유가 표현될 지 궁금했다.-그에게 형식은, 그러니까 보이는 것은 단순한 외피가 아니었다. 그 사람의 경험치, 살아온 삶의 이력, 태도와 신념 등 많은 것을 담고 있는 표식인 것이다.-김용호는 인터뷰 곳곳에서 사유하는 것의 힘, 그리고 철학적 기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는데 그에게 사유하는 힘이란 끊임없이 생각의 흐름을 기록하고 현상을 그려내는 스케치 노트로 대변된다.-김용호에게는 수백 권의 빨간 노트가 있다.-그에게 빨간 노트는 생각이 탄생하고 의지가 태동하는 요람이었다. 그의 사진이 차별화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사유에서 도출된 스토리텔링 의 힘이었던 것이다.-그는 언제나 세상에 관한 관심과 이해, 경험과 정보의 축적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렇게 닥치는 대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은 확률의 모든경우의 수 를 만들어준다. 그 모든 경우의 수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결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곤 했다.-계기는 우연이었지만 이 우연은 꾸준히 준비한 사람을 위한 행운이다. 그러므로 자양분이 될만한 정보라면 끊임없이 흡수하고, 또 그것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스스로 판단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책에는 물건들을 통한 취미를 다루었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물건 뿐만 아니라 사람과 그의 생각에 대한 나의 취향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취향이란 말은 그리 단순한 말은 아닌 것 같다.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왠지 단순하게 보이는 사전적 의미의 취향에 몇 가지 주석을 덫 붙였다. 첫 번째는 취향이 단순한 선호가 아니라 세심한 시각으로 발견한 자신의 지향을 오랜 시간 깎고 다음고 벼려내어 내재됨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아챌 수 있는 어떤 아우라가 된다는 것일 게다. 두 번째 주석은 취향이란 종류가 많아 일반화가 불가능하고, 맥락의 해석으로 인해 더 큰 매력을 갖는다는 점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세 번째로 취향은 안목과 숙고의 소신을 분리할 수 없이 융합된 결과물이라는, 그 생성을 위한 재료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이고 싶다. (281~282쪽) 좀 애매한 이야기인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취향에 대한 논의가 풍요로워지면 풍요로워질수록다양성에 대한 수용과 존중의 토양위에서 우리의 취향이 힘겹지 않게 발아될 것 이라는 말은 괜찮았다.
나의 습관이 기억되는 바로 ‘그’ 물건에 취향과 안목, 그리고 크리에이티브가 숨어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슈즈 디자이너, 건축가,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11인이 가장 사랑한 물건들

디자이너, 건축가, 포토그래퍼 등 이른바 우리가 아티스트의 범주로 분류하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이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각과 사고방식을 가졌을 것이라 기대한다. 남다른 심미안을 가졌고, 특별하지 않은 대상을 통해서도 창조적인 발견을 해낼 수 있는 이들이라 믿기 때문이며, 실제 그들의 창조적 사고가 세상을 바꾼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그들이 사랑하고, 몰두하고, 선택한 물건들 역시도 우리의 그것과는 달리 좀 더 특별하지 않을까? 같은 필요에 의해서 고른 물건들이나 화장실용 휴지 같은 소모품조차도 그들의 것에는 남다른 안목과 이야기가 숨어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들 사이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저자는 디자이너들이 개념을 시각화된 언어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안목을 지닌 집단이며, 디자인이라는 영역 자체가 ‘사람들이 물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을 엿보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취향’이라는 매우 추상적이며 상대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그들의 ‘물건’에 집중하기로 한다. 물건을 보면 그것을 쓰는 사람이 보이고,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태도도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 디자이너 11명이 가장 사랑하는 물건으로 꼽은 물건들이 있다. 자신을 꼭 닮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랩톱을 가진 그래픽 디자이너, 자신의 디자인 이상향을 오롯이 담은 열쇠고리를 늘 곁에 두고 꺼내보는 안경 디자이너, 빈티지 모자에서 디자인 가치를 찾아내는 슈즈 디자이너, 만년필과 노트에서 생각을 탄생시키기는 포토그래퍼, 본질과 생명력, 그리고 관계라는 가치를 물건에 투영하는 디자이너들까지 가장 사랑하는 물건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도 참으로 제각각이다. 그러나 그 물건들에는 한결같이 그들만의 취향과 습관의 결이 묻어나고, 삶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투영되어 있으며, 그들에게 창조적인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무엇이 되어주고 있었다.

디자이너들이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일관된 태도와 벼려진 취향을 갖기까지는 많은 경험과 사유가 층층이 쌓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일상에서, 작업현장에서 어떻게 연결시키는지도 주목해보자. 디자이너들의 물건들 속에 숨어 있는 취향을 읽으며, 내 안의 취향도 발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저자들이 수많은 인터뷰이들을 만나 정리한 ‘디자이너들의 취향사전’이 디자이너들의 취향선을 조금 더 쉽게 읽는 데 맥을 짚어줄 것이다.


PROLOGUE

시대를 뛰어넘는 경쾌한 존재감│펠리컨 체어
강승민_aA 디자인 갤러리 대표,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겸임교수
- 컬렉터의 미래, 핀 율의 의자
- 변화무쌍함, 가볍지 않은 존재감, 그리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
- 안목과 균형감각을 갖춘 라이프스타일 개척자

변화무쌍함을 즐기는 딴따라 디자이너의 실험│페라리 레드 랩톱
박영하_뉴욕 카림라시드사 그래픽 디자이너
- 새빨간 애플 랩톱에 담긴 욕망
- 날마다 핼러윈이길 바라는 남자
- 뉴욕, 카림라시드, 그리고 디자인
- 적을수록 많다 vs. 적을수록 지루하다

단순하고 즐거운 통섭의 결과물│알레시 열쇠고리
김종필_안경 디자이너, 소나기?스팀 안경원 디자인 디렉터
- 지로톤도, 알레시에서의 날카로운 기억
- 익살스러운 그의 얼굴을 닮은 취향
- 미스터 안경.zip

스타일의 화룡점정, 레버리지 효과│빈티지 모자들
한정민_프리랜서 슈즈 디자이너, 잇 걸 스타일 의 저자
- 매력적인 모자를 만난 바로 그 순간
- 레버리지와 빈티지의 함수

세상의 종과 횡을 품은 절충적 관점│1902년 시어스 백화점 카탈로그 외
이지원_그래픽 디자이너, 국민대학교 교수
- 시대를 반영한 100년 전 책들
- 절충의 시작, 틀린 것은 없다
- 절충적 관점을 담은 무형과 유형의 결과물

어느 유미주의자의 누적된 기록│만년필과 노트
김용호_포토그래퍼, 작가
- 활자를 밀고 나가는 만년필의 힘
- 기록의 누적, 생각의 탄생
- 진화된 유미주의자의 무한한 가능성

금속, 나무, 가죽이라는 물성의 주제와 변주│해밀턴 회중시계
한성재_오브제 디자이너, 아날로기즘 대표
- 퇴색되어 불편하지만 더없이 매력적인
- 불편함을 찾아 떠나는 이베이 보물 찾기
- 오감자극 스피커, 손끝의 감각을 눈앞으로 가져오다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반영하는 생명력│가방과 치마
이정혜_그래픽 디자이너
- 일상을 다독이는 십년지기 물건들
- 삶 안에서 동지를 만드는 법
- 소생공단, 또 다른 동지들과의 협업

백지 위 수용의 건축│노트와 필기구, 그리고 마우스
안기현_건축가, AnL 스튜디오 소장
- 선택의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법
- 변화의 건축을 열망함

본질이 드러나는 습관의 결│스트레이트팁 옥스퍼드 구두
나건중_주얼리 디자이너, 제이 루아 대표
- 좋은 스트레이트팁 옥스퍼드 두 켤레
- 황금 ‘만들기’를 돌같이 하다
- 본질과 가치에 관한 다소 진지한 질문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절대적 심미안│아웃 포켓과 철사
허유_패션 디자이너
- 진심이 담긴 물건의 아름다움
- 다양성의 또 다른 이름, 개인의 취향
- 버려진 물건, 영감을 주다
- 창작, 그를 반영하다
- 타인의 취향, 셀렉하다
- 기억의 저편, 취향을 만들다

** 디자이너들의 취향사전

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