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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자마자 빠져들었다.유명하다는 시인의 시집들은 늘 나를 빗겨가기 일쑤였지만,기형도 시인 만큼은 빗나가긴 커녕 정통으로 맞아버렸다.그의 시는 음침하고 어둑하고 축축하다. 새벽 안개처럼.근데 그 오묘하게 감싸오는 서늘함이 독자를 사로잡는게 아닐까 싶다.시집을 읽자마자, 더 읽고 싶다. 이 사람의 문장을. 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형도 전집을 구매해버렸다.남기고 간 글이 얼마되지 않아 아쉽다. 자신이 쓴 시와 같은 삶을 살다가 간 시인. 어쩌면 그 사실이 사람들을 그의 시에 더 매료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985년 동아일보 신춘 문예로 등단한 기형도의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이 시집은 일상 속에 내재하는 폭압과 공포의 심리 구조를 추억의 형식을 통해 독특하게 표현한 시 60편을 담고 있다. 그의 시 세계는 우울한 유년 시절과 부조리한 체험의 기억들을 기이하면서도 따뜻하며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시공간 속에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