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시인은 자신만이 가진 시세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이 가진 철학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직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보니 시인들 각자의 시들은 한 편의 개인적인 철학이 담겨 있고 그에 따라 개성이 부여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김선우의 다섯 번째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를 읽으며 시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속에는 사물과 대상에 대한 깊은 사유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스쳐 지나가지 않고 그 돌멩이가 왜 여기에 있는가, 그리고 돌멩이가 담고 있는 내적인 의미는 무엇일가 하나하나 따지며 시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물론 다른 시인들도 사유와 대상의 관찰, 그리고 성찰을 통한 진리와 그에 따른 자신만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것은 마찬ㄴ가지입니다. 하지만 김선우 시인의 시들을 보고 있으면 그 과정과 전개과정이 다른 어느 시인들 보다 깊고 넓다는 생각을 했으며 꼼꼼하게 먼지 하나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점이 시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인상을 가지게 됩니다.시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통해 세계관을 확장시켜 나가는 점이 무척 존경스럽게 배우고 싶은 점이 아닐까 합니다.오랜만에 김선우 시집을 손에 들었지만 무척 만족스럽게 한 권ㄴ의 작품집을 읽을 수 있었다는 느낌이며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들이 더욱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작품집이기도 한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이었습니다.
생동하는 시어와 발랄한 상상력으로 아름답고 따뜻한 시세계를 보여준 김선우 시인의 네번째 시집. 세 번째 시집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연인으로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비루한 삶 속에서도 생의 아름다운 가치를 발견하는 긍정의 마음을 펼쳐 보인다. 가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들의 고통과 슬픔을 어루만지며 타자의 몸속으로 스며드는 애잔한 사랑의 시편들은 가슴 한켠을 촉촉이 적셔준다.

여린 듯하면서도 당찬 목소리로 가슴을 파고드는 김선우의 시는 생명의 온기와 사랑의 정념으로 충만하다. 삶의 방식은 달라도 서로에게 기대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시인은 야산 오솔길 벤치 에 사흘째 잠에서 깨지 않은 채 딱딱해진 노인을 나흘째 경찰이 와 마대자루에 담아 가는 비정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구겨져도 아픔을 모르는 착한 혼(魂)들 을 감싸안으며 세상의 낮은 곳을 향하여 삶의 비극을 넘어서는 연대적 사랑의 숨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제1부
바다풀 시집
이건 누구의 구두 한짝이지?
‘여’에게
구석, 구석기 홀릭
시체놀이
〔내꺼〕
그림자의 키를 재다
눈많은그늘나비
나의 철학
달방 있음
12월 마지막 날 B형 여자의 독백
몸살과 놀아주기
다만, 오골계 백숙 먹기
얼음놀이
사과꽃 당신
이런 이유
아무도 살지 않아서 좋았다

제2부
꽃,이라는 유심론

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가기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축구장 묘지
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자의 무덤
하이파이브
반짝, 빛나는 너의 젖빛
마흔
햇빛 오일
떡방앗간이 사라지지 않게 해주세요
연분홍 시집
잘 구워진 메아리가 접시 위에 앉아 있다
이 도시의 갑과 을
오늘의 개더링
이 봄날, 누구세요
그 시집, 나팔꽃 담장
첫번째 임종게

제3부
눈 그치고 잠깐 햇살
허공의 내력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
비 오는 드레스 히치하이커
어른이라는 어떤, 고독
보자기의 비유
쓸쓸하다
흰 밤
겨우살이
DMZ, 이상한 나라의 구름 가족들
반짝임에 대하여
여전히 반대말놀이
염소신발 한 걸음
개기월식과 칸나가 있는 풍경
목련 열매를 가진 오후
별의 공포
어떤 비 오는 날
연두의 내부
아직

해설|최현식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