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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은 위인은 위인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진솔한 한 인간의 일생을 따라가는데에도 접근하는 관점에 따라서 너무나도 다른 위인전이 나온다는 것에 그저 놀랄 따름이다. 자신의 찌질함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것을 인정함으로써 그다음을 바라보게 된 이도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돌파해나가는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찌질함과 맞서 싸우면서 생을 살아간 이도 있다. 그들이 위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우리에게 남긴 어떤 업적이나 작품과 같은 결과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 닿기까지의 과정 때문일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벽스러운 사람, 비위에 맞지 않는 사람, 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지 못한, 한마디로 최하 중의 최하급 사람…그래, 좋다. 설령 그 말이 옳다 해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기이한 사람, 그런 보잘것없는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주겠다. - 빈센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제주도에 와서 이중섭과 그의 아내 남덕은 주인집에서 보리밥을 한 웅큼 얻어 끼니를 해결했고, 양파 밭에서 날품을 팔고, 밭에 버려진 야채나 보리 이삭을 주워 생계를 이어 나갔다. 그마저도 없으면 중섭은 아들을 업고 바닷가로 나가 게를 잡았다. 아내의 위장 질환이 가볍지 않았으나 변변한 약을 쓸 돈도 없어 조개껍데기를 빻은 가루를 먹는 방편으로 궁색하게 치료의 구실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무구한 이중섭은 분노와 증오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제주도 피난민 시절, 함께 술을 마시던 이가 취해 "이 피난민 새끼"라고 욕을 퍼부어도 그저 소주잔을 따뜻하게 응시하다가 "헤에" 하고 웃고 마는 사람이 이중섭이었다. 그래서 이중섭의 천진함은 오히려 상대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중섭이 서울에 기거할 때 하루는 위상학이 자신의 저택에 이중섭을 데리고 와 밤새 술을 마셨는데, 중섭의 빈천한 삶이 아무래도 그를 자극했던 것 같다. 큰 돈을 모으긴 했으나 예술가로서의 죄의식을 늘상 가지고 있었던 위상학은 이중섭과의 술자리가 있은 지 한참이 지난 후이긴 하나 결국 자살하고 만다. 중섭의 간염은 그 병세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져 그해 여름 서대분 적십자병원에 다시 입원한다. 그리고 9월 6일, 이중섭은 병실에서 홀로 숨을 거둔다. 그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가 눈을 감고도 3일이 지난 후, 친구 김이석이 이중섭을 찾아왔다가 알게 되면서였다. 병실에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이중섭이 남긴 것은 밀린 병원비 18만 원, 병원비를 반으로 깍아 장례식장에서 모금한 9만 원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파인만이 물리학자로서 나름의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가 기존 지식이 가진 권위에 매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 지식이 가진 권이에 매몰된다는 것은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이해하지도 못한 채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파인만은 그러한 태도를 스스로도 용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물리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다. 때문에 파인만은 어린 시절부터 책에 나온 각종 공식들을 그저 문제를 풀어내려고 무작정 외운 적이 없었다고 한다. 특정 현상에 대한 원리를 설명하고 법칙화한 내용을 보더라도 그 자신이 직접 현상을 보면서 이해하거나 스스로 입증해야지만 그것을 받아들였다. 파인만이 다른 사람들보다 늘 한 발 앞서 기존 사고와 원리의 틀을 깨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파닝만은 기존 이론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적복적 사고로 물리학은 물로 다른 과학 분야에도 많은 기여를 한 바 있다. 허균은 중국을 오갈 때 도자기나 장신구 같은 사치품을 사지 않고 가진 돈 전부를 책을 사는 데에 썼다. 보다 넓은 세상과 학문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 허균은 명에서 돌아올 때 수레에 4천여 권의 장서를 싣고 와서 독서에 탐닉했다. 뛰어난 문장력과 말재주, 방대한 독서량과 암기력을 갖춘 허균은 분명 당대 조선의 천재였다. 간디는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위하여 행동할 때에는 그 누구보다 앞장섰으면서도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남기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간디는 부의 축적이라는 개념 자체를 스스로에게 허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생전에 그의 가족들에게도 그서을 허용하지 않았다. 간디가 추구한 대표적인 가치관으로 알려져 있으며 비폭력 저항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사티아그라하 는 산스크리트어에서 나온 말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사티아 는 진리를 뜻하며 아그라하 는 노력, 열정을 뜻한다. 따라서 사티아그라하를 뜻 그대로 해석하면 진리를 찾기 위한 노력 이 된다. 위인으로 살고자 해서 위인으로 남은 것은 아니다. 자신이 살고자하는 가치 체계를 갖추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과 열정이 위인을 만들어낸다.
어렸을 때는 몰랐던 위인들의 맨얼굴을 마주하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통념을 벗어난 위인전 읽기의 즐거움!
어린 시절에 읽었던 위인전을 삶의 모범이 된 인물들을 공부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집어 들었다면, 이 책 찌질한 위인전 (위즈덤하우스 刊)은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위인전, 조금은 색다른 시각에서 위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조망한 위인전, 삶의 동력이 되어주는 위인전을 표방한다. 따라서 완벽한 영웅들처럼 굳은 의지와 올바른 신념으로 점철된 위인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찌질한 위인전 은 [딴지일보]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찌질한 위인전’을 재구성하여 엮은 책이다. 김수영, 빈센트 반 고흐, 이중섭, 리처드 파인만, 허균, 마하트마 간디, 어니스트 헤밍웨이, 넬슨 만델라, 스티브 잡스의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때로는 비루하면서 때로는 발칙하기도 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우리 시대의 위인 외에도, 인류사에 손꼽히는 악인이지만 그 역시 자기 안의 혼돈을 이기지 못하고 삶의 균형을 찾는 데 실패한 한 인간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파울 괴벨스’와 노랫말과 생의 궤적 자체가 하루를 절룩이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어준 인디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故 이진원)’에 관한 이야기는 외전으로 실었다.
저자인 [딴지일보] 함현식 기자는 아홉 명의 동서양, 근현대 위인들의 숨겨진 면모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현대적 시각에서 재조명하기 위해,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위인’과 ‘찌질함’을 한데 묶었다. 우리는 완결된 위인들의 생애를 보고 있지만 당시 그들에게도 지우고 싶은 과거와 불안한 미래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들의 삶이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위인이기 이전에, 결국 그들도 ‘사람’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상처, 못나고 변변찮았던 면들을 짊어지고 분투했다는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독자들은 삶에서 느끼는 슬픔과 불안, 절망감과 우울함 등을 조금은 의연하게 극복하게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하다’라는 뜻을 지닌 표준어 ‘지질하다’ 대신, 이 책에서는 같은 의미가 좀 더 대중적으로 쓰이는 정도와 어감의 차이, 저자의 의도를 고려하여 ‘찌질하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찌질한 위인전’이라 이름 붙였다.
프롤로그_ 우리가 사랑한 위인들의 민낯을 만나다
1 시인으로 살기 위해 자기를 고발한 남자, 김수영
:: 아내를 구타한 남자의 속사정
:: ‘인간’ 김수영이 ‘시인’ 김수영으로
:: 위인이 된 여섯 글자, 나는 바로 보마
2 ‘의존’함으로써 ‘생존’했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 누가 고독한 빈센트를 위해 울어주었나
:: 선천적 결핍과 후천적 결핍을 모두 지니다
:: 제 발로 정신병원에 찾아 들어간 이유
:: 자기 파멸에 대항하는 투쟁
3 철없는 가난뱅이, 이중섭
:: 서른 넘어 만난 지독한 가난
:: 아이 같고 순수한 가장
:: 찌질함의 빛과 그림자
4 완전한 사랑을 꿈꾼 남자, 리처드 파인만
:: 천재를 넘어선 천재, 권위를 조롱하다
:: 노벨상을 거부하지 못한 이유
:: 리처드 파인만의 ‘절대자’
:: 완전한 사랑을 꿈꾼 남자의 자기 합리화
5 천재에서 괴물이 된 아웃사이더, 허균
:: 여섯 번의 파직과 세 번의 유배
:: 허균의 이름이 조선에서 지워진 이유
:: 천재가 괴물이 되기까지
:: 권력의 심장부에서 최후를 맞다
[외전 1] 자기 안의 혼돈을 이기지 못한 악마, 파울 괴벨스
:: 장애는 신이 내린 형벌인가
:: 내 안의 혼돈, ‘나는 모르겠다, 이 세상을’
:: 괴벨스 안에는 괴벨스가 없다
:: 문제는 균형이다
6 평화주의에 가려진 보수주의자, 마하트마 간디
:: 우리가 몰랐던 보수주의자 간디
:: 때로는 무모한 순진함이 폭력보다 무섭다
:: 모두의 편에 선다는 것은 모두를 배신할 수 있다는 것
7 관계의 파괴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는다
:: 세 번의 이혼과 네 번의 결혼
:: 잘못은 너에게 있다!
:: 불안은 ‘항상’ 영혼을 잠식하는가
8 감옥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은 무기수, 넬슨 만델라
:: ‘롤리랄라’ 만델라에서 ‘달리붕가’ 만델라로
:: 그들을 무장하게 만든 것은 누구인가
:: 죽음보다 두려워했던 것
:: 넬슨 만델라는 반쪽짜리 대통령인가
9 좌절과 도취를 반복했던 인격장애자, 스티브 잡스
:: 그는 과연 ‘가장 성공한 소시오패스’인가
:: 스티브 잡스의 ‘현실 왜곡장’
:: 경험을 ‘보상(報償)’으로 만드는 힘
[외전 2] 비루한 요정,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행복한 사람은 듣지 마세요
:: 루저의 노래가 위로를 건네다
:: ‘자기비하와 체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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