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걷는 서원 길

 며칠 전에 서원 관련한 책을 읽으면서 또박또박 적힌 현판 서체에 마음을 뺏겼던 탓일까? 아빠와 함께 걷는 서원길 에서 이 책에 소개된 서원은 모두 열다섯군데인데 그 중 가장 내  눈길을 잡아끌었던 곳은 옥산서원이었다. 왜?  그곳 강당 서원의 현판은 추사 글씨고, 사랑채 옥산서원 현판에는 이황 글씨 안쪽에 걸린 독락당 현판은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 글씨..거기에 정문 역락문의 현판은 한석봉의 글씨었으니. 글씨 보는 내 눈이 마냥 헛것은 아니었던 모양이구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옥산서원은  이언적을 모신 서원인데 내가 너무 현판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이책에 소개된 열다섯 군데의 서원에는 소수, 도산 서원처럼 알려진 곳보다는 잘 모르는 서원이 더 많았다. 서원이 붕당의 근거지가 되고 재정지출을 촉발시킨다는 이유로 대원군 시절 철폐당한 아픈 역사가 있긴 하지만 서원이 갖고 있는  문화재인 정신문화적  가치에 비해 저평가 됐던 것은 아니었을까. 현판만 해도 대단한데  건물양식이나 소장하고 있는 책 등등 그리고 선비, 사림들이 서원에 새겨둔 정신적 가르침까지 한다면..  경기도,강원도, 충청도, 경상도에 산재해 있다는 점도 서원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모셔진 선현의 학파를 구축하는 중심지가 됐고  종가처럼 지역적 특색을 담고 있다. 그래서 서원마다 다른 분위기나 학풍이 감지될 것 같다. 단종임금과 생육신 사육신의 사연이 담긴 창절서원처럼 역사적 스토리 텔링도 가능한 곳이다. 모셔진 선현마다 수많은 이야기가 서려있는 곳이다. 이 책에는 서원과 관련한 역사, 그리고 열다섯 서원을 찾아가는 교통수단도 함께 실려있다. 정보가 꽤 알차게 실려있다. 그런데 한가지. 열다섯 서원을 나열형으로 담고 있다보니, 다 덮고나면 어느 서원이 어느 서원인지 단번에 구분하지는 못한다는 것. 서원의 차별성이 느껴지게 편집이나 강조점을 두었으면 했다. 내게 서원은 참 매려적인 공간이다. 수려한 자연 속에 자리잡은 것도 그렇고, 요란하지 않게 학문을 갈고 닦은 곳 답게 나무도 많고 공기에서 차분한 기운이 전해져오는 듯 했다.    

‘온고이지신’이라는 고사성어를 들어 보았나요? ‘옛 것을 제대로 익혀서 새로운 것을 안다.’는 뜻이에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나간 일을 제대로 알아야 하지요. 오늘을 사는 우리가 되살려 배워야 할 것 중에 선비 정신이 있어요. 선비 정신이란 인격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어질고 너그러운 성질)을 키우며, 대의를 위해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굳고 강한 정신을 말합니다. 이런 선비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원이에요. 서원은 조선의 선비들이 유학을 공부하던 곳으로, 선비들은 훌륭한 스승 아래서 가르침을 받으며 학문을 이어 갔답니다. 아빠와 함께 걷는 서원 길 에서는 은우와 아빠가 전국의 대표 서원 길을 함께 걸으며 옛사람들의 선비 정신을 배우는 여정이 펼쳐집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된 9곳의 서원(대구 달성의 도동 서원·경남 함양의 남계 서원·경북 영주의 소수 서원·경북 경주의 옥산 서원·안동의 도산 서원과 병산 서원·전남 장성의 필암 서원·전북 정읍의 무성 서원·충남 논산의 돈암 서원)을 비롯해 월봉 서원, 화양 서원 등 모두 15곳의 서원을 탐방합니다. 의리와 지조를 중시했던 선비 정신이 생겨난 유래, 지방의 사립 교육 기관인 서원이 만들어진 배경, 조선 시대 선비들의 공부 방법 등도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1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 _ 소수 서원
2 소년 임금 단종과 충신들의 이야기 _ 창절 서원
3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 _ 도동 서원
4 나는 한 마리의 좀 _ 남계 서원
5 인간이 제대로 되어야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 _ 심곡 서원
6 독자적인 성리학의 세계를 세우다 _ 옥산 서원
7 가까이 진리가 있어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_ 도산 서원
8 벼슬을 거부한 산림처사 _ 덕천 서원
9 온 고을에 노랫소리가 퍼지게 만든 덕치 _ 무성 서원
10 왕의 학문이 갖춰져야 개혁도 성공한다 _ 필암 서원
11 조선 최고의 사상 논쟁을 벌이다 _ 월봉 서원
12 공부를 시작할 때는 뜻을 먼저 세워라 _ 자운 서원
13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간다 _ 병산 서원
14 예로 나라를 다시 세우다 _ 돈암 서원
15 조선의 주자를 꿈꾸다 _ 화양 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