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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실업률은 증가하고, 중산층은 무너진다. 노인 빈곤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된다. 사회 부조리는 극에 달하고, 심각한 경제위기로 고용불안이 가속화 되고 있으며 민주주의는 후퇴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 영국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지금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다. 희망은 보이지 않고 절망의 절벽이 우리를 막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이렇게 변한 것은 누구 때문일까. 세상은, 그리고 위정자들은 그것이 우리들의 문제라고 한다. 노력하지 않아서고, 능력이 부족해서란다. 그리곤 우리를 향해 그 질타의 손가락을 내민다. 능력을 키우지 않은 우리들 잘못이라고 그러니 자기계발에 매진하라고 한다. 세상사에 힘들면 힐링 하란다. 마음의 안정을 찾으라고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한다. 현실은 이렇듯 절망적이다. 하지만 그건 다 우리네 잘못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그것이 다 우리들 잘못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우리네 잘못이 아니라, 우리를 이끈다는 위정자들이 자신들의 의무에 충실치 않았기 때문이다. 세월호라는 엄청난 재난을 겪었지만 그 순간에서 한국사회는 한발도 더 나아가지 않았다. 그래도 우린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잘못이라고 가슴만 치고 울분만 터뜨리고 있어야 하는가. 절망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그저 시대를 잘못 만난 때문이라고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어디선가 희망의 단초를 찾아야 한다. 참고만 있지 말고, 그 절망에 순응하지 말고 그 절망의 나락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절망을 우리에게 안긴 이들에게 분노해야 한다. 그 분노의 상징이 바로 20대 총선이었다. 그저 뭘해 도 된다고 믿는 이들에게 국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그제서야 그들은 움찔했다. 그리고 반성하는 척 했다. 하지만 그건 악어의 눈물일 뿐이다.      그 조그마한 분노의 폭발 뒤에 우린 조금씩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모두가 외면한 채 몇 년을 끌어온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다시 표면으로 떠오르고, 그동안의 잘못된 일들이 수면으로 부상한다. 이모든 것이 국민들의 분노의 행위덕분이다. 그저 내 잘못이라고 가슴만 치던 국민들이 이제야 분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된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으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또한 우리들 잘못이 아니라 탐욕에 눈이 먼 그들의 잘못이라고. 그러니 한목소리로 그들의 탐욕을 꾸짖고 분노하라고 외치고 있다. 무관심은 최악의 태도이다. 분노하지 않으면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모른다. 국민이 입을 닫고 있으면 그들을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침묵하는 국민, 분노하지 않는 국민을 두려워 할 위정자는 없다. 이번 20대 총선처럼 그들의 잘못을 질타해야 하고, 잘못하고 있으면 대중이 모여 한목소리로 그들의 잘못을 꾸짖어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이 책은 성난 대중과의 공명을 추구하는 ‘성난 인문학’이다. 인문학자 8인이 절망을 이기는 방법에 대한 인문학 강의를 모은 책이다. 절망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힘을 얻는다는 강신주. 욕망이 자유가 낳은 괴물이라는 이현우. 욕망의 지도가 운명이라는 고미숙. 증오는 감정독재의 다른 이름이라는 강준만. 끝없는 불안과 싸우기 위해 분노하라는 정여울. 세상적인 물질적 욕망을 무화시키기 위해서 시를 만나라는 문태준. 미래에 대한 환상으로 절망을 이기라는 정병설. 아무리 세상이 불안하더라도 인간의 기본을 지키며 살자는 노명우 등 낯익은 이들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욕망이라는 주제를 높고 펼쳐나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8인 8색이다. 그들의 얼굴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것처럼.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절망 앞에 무력해지지 말자는 거다. 절망을 만나 고개 숙이고 어깨를 빠뜨리고 침울해하지 말자는 거다. 성난 얼굴로 목소리를 높이고, 힘찬 얼굴로 돌아보라고 애기한다. 절망 앞에 맞서 싸우란다. 그것이 시가 되었던, 인간성이 되었던, 운명이 되었던 타고 넘으란다. 그리고 굳건해지란다. 절망의 그 험난한 파도에 흔들리더라도 포기하지 말란다.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는 그들의 목소리는 희망적이기도 하고 이질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인문학자의 말을 가슴에 담느냐는 자신의 자유이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절망이라는 파도와 싸워 이길 수 있다면 말이다. 중요한 것은 절망 앞에 좌절하지 않는 것이다. 절망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 절망 앞에서 분노하는 것이다. 그리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그것이 세상이 살면서 우리가 만나는 절망 앞에 굴하지 않고 그 절망을 박차고 나아가는 방법이다. 인문학자들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이 시대 최고 인문학자들이 무기력한 내 인생에 선사하는 ‘분노’의 인문학! 이 사회는 산업구조조정 때문에 청년 실업률이 치솟았다. 이 사회는 중류 계층이 붕괴하면서 경제·사회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이 사회는 사회 부조리가 극에 달했다. 이 사회는 경제 침체에 빠져들었다. 이 사회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이 사회’는 1950년대 영국이다. 절망이 사회를 지배했을 때 영국의 젊은 작가들은 사회 부조리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을 쏟아냈다. 그 가운데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라는 희곡을 쓴 존 오즈번John James Osborne은 기성 사회의 추악한 모습을 집요하게 파헤쳤고, 그를 위시한 리얼리즘 작가들과 함께 ‘성난 젊은이들Angry Youngman’이라고 불렸다. 그럼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전후 영국처럼 부조리하고 절망이 지배하고 있다. 이에 여덟 명의 인문학자가 젊은이들과 함께 분노한다. 분노할 줄 안다면, 당신은 젊은이다. 이 책의 인문학자들은 말한다. 현실은 절망적이다. 하지만 당신 책임은 아니다. 절망은 의지와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계발은 현실을 바꿀 수 없다. 힐링은 사기였다. 치료 대상은 당신이 아니라 사회다. 이 책은 고전 탐구나 정신 수양의 인문학이 아니다. ‘성난 대중’과 공명하는 ‘성난 인문학’이다. 철저하게 절망하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그리고 사회를 바꾸는 것. 이것이 성난 인문학의 본질이다. 상실과 무력감 속에 사는 우리를 위해 이 시대 최고 인문학자 8인이 모였다. 동·서양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문화를 이해하면 우리 내면의 솔직한 욕망과 상처, 세상의 부조리와 진실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럼으로써 절망하고, 절망을 넘어 분노할 수 있다. 분노는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의 종착점은 될 수 없지만 시작점은 될 수 있다. 지독한 허무주의에 빠질 것만 같은 이 상황이야말로 인문학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시간이다.

서문 -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1부
강신주 - 시대의 이름, 절망
절망의 끝에서 시작할 힘을 얻는다
우리는 언제 희망을 끊는가
‘머릿속의 절망’과 ‘실제 절망’은 다르다
진짜 절망을 뚫고 나온 사람의 힘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라
위기에서 진실을 만난다
세계가 돌아가지 않을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생각한다
진실을 말하기, 파르헤지아
가장 위대한 진실의 시간

이현우 - 자유가 낳은 괴물, 욕망
욕망의 화신, 파우스트
무한한 욕망 추구와 실패
욕망의 탄생 조건
농민의 개성도 19세기에 와서야 발견
속의 대등욕망
속의 대등욕망
분신의 의미
학습된 욕망과 불안과 광기
욕망을 닮은 불안

고미숙 - 욕망의 지도, 운명
성욕을 위해 자본이 필요하다
열정 중독을 강요하는 사회
포르노보다 더 포르노 같은 멜로
신체와 존재의 간극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불안
몸에 대한 탐구, 에로스
철학과 의학, 윤리와 신체는 한 몸이었다
운명이란 몸에 새겨진 운명의 지도다
재물과 쾌락의 야합이 부러운가
열정 강요는 폭력이다


강준만 - 감정독재의 본질, 증오
생각 없이 내지르고 보는 ‘행동편향’
한국 정당민주주의의 현실
경멸하기 전에 이해하자
정치적 쏠림이 남는 장사인 사회
정신분열증에 걸린 유권자들
‘지위 신드롬’과 ‘싸가지 없는 진보’
‘초강력 일극주의’의 비극
‘승자 독식’과 ‘속도주의’
연고주의와 미디어 당파주의
힐링은 사기였다
증오의 소용돌이


2부
정여울 - 끝없는 불안과 싸우는 당신을 위한 노래
악에 맞서기 위해 우리도 악해져야 하는가
우리를 희망으로 이끌었던 자들 세상이라는 거대한 낙하산의 구멍을 매일같이 꿰매는 사람들
평범한 이들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힘, 분노
거대한 낙하산을 한 땀 한 땀 꿰매는 사람들
아테네 여성들의 섹스 보이콧
잃어버린 신체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세상을 지키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사람들
그대, 씨앗만은 팔지 마라
타인의 슬픔을 살피는 것이 곧 나의 슬픔을 치유하는 길이다
철학은 지옥에서라도 삶을 가꾸려는 자의 것이다

문태준 - 물질적 욕망을 무화시키는 시적 상상력
연기의 이치
우주적 상상력과 무위에 대한 사유
〈꽃〉 〈지구 생각〉 〈그냥 둔다〉 〈구름층〉 〈얼마나 좋은가〉 〈마차가 있는 풍경〉 〈예쁜 꽃〉 〈대추 한 알〉 〈새해 첫 기적〉 〈남향집〉 〈설산 가는 길 2〉 〈속도〉 〈햇빛 냄새〉 〈소를 웃긴 꽃〉 〈이 시 간에 이 햇살은〉 〈드로잉 8 —대치對置〉


정병설 - 환상으로 절망 넘기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절망 속의 환상
별 방랑자 의 감각 죽이기
이면과 본질 읽기
구운몽 제대로 읽기
구운몽 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비운의 여인 진채봉
진채봉과 양소유의 슬픈 엇갈림
치유하는 상상의 힘
환상으로 고통 넘기

노명우 - 그래도 인간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불안의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오디세우스형 인간이 몰락한 한국 사회
가치 체계가 사라져버린 싱크홀 시대
마지막 남자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
사회문제의 개인화
세속화된 변신론을 경계하자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